가여워 마세요 - 미레이

 

하루해가 저물어 남은 석양마저 그 빛을 거두어도

아쉬워하지 말아요

여름이 다 가 버린 쓸쓸한 들판에

여름내 지천으로 피었던 꽃들이 시들어 버려도

안타까워하지 말아요

달이 기울고

썰물이 다 빠져 나간 황량한 갯벌처럼

한 남자의 뜨겁던 사랑이 그토록 쉽게 식어 버려

이제 그대를 바라보는 눈빛이 차갑게만 느껴진다 할지라도

슬퍼하지 말아요


사랑은

바람에 뜯겨 이리저리 휘날리는

활짝 핀 꽃잎과도 같은 것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거센 폭풍우로 휘몰아쳐 왔다가

난파된 파편들만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 놓고

소리 없이 빠져 나가는 썰물과도 같은 것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이제 와서야

이렇게 뒤늦게서야

가슴이 알게 된 것일뿐

그러므로

너무 많이 가슴 아파하지는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