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벌레의 사랑 - 김경수

 

먼지 같은 세상사 마음 깊이 두지 않으렵니다.

사과 과육 속 좁지만 달고 긴 사랑의 통로나 만들며 살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 고동소리가 가장 가까이 들리는 그곳

탄광 막장처럼 일시에 무너져 내릴지도

누군가의 입에 의해 잘게 씹혀질지도 모르지만

사과벌레 운명의 허물 잠시 벗어두고

그 행복한 사랑의 고동소리에 몸을 떨며

밤 늦도록 불을 밝혀 연서(戀書)를 쓰고는

갈기갈기 찢어지도라도 결코 아프지 않을

단 한 번의 진실한 사랑을 위해

육신이 찢어질 마지막 새벽을 기다리렵니다.

누군가 과도로 사과 통로를 내리치더라도

멍든 무릎으로 끝까지 기어가서는

감당하지 못하게 부풀어오르는 사라의 부피에

화약처럼 터져 웃음의 파편으로 날아가

일출(日出)보다 더 화사한 내 사랑의 손끝에

목이 메도록 봉숭아 꽃물 들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