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자 - 장석주

 

그대 아직 누군가 그리워하고 있다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대 아직 누군가 죽도록 미워하고 있다면

그대 인생이 꼭 헛되지만은 않았음을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그대 아직 누군가 잊지 못해

부치지 못한 편지 위에 눈물 떨구고 있다면

그대 인생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이제 먼저 해야 할 일은

잊는 것이다


그리워하는 그 이름을

미워하는 그 이름을

잊지 못하는 그 사람을

모두 잊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다


잊음으로써 그대를

그리움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잊음으로써 악연의 매듭을

끊고

잊음으로써 그대의 사랑을

완성해야 한다


그 다음엔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