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죽어서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