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무엇인가 - 박창기

 

나는 너에게 선택일 수 있으나

너는 나에게 유일한 존재인 것을

나는 너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음도 알고

운명 지어진 것은 인정해야 하는 것도 알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느 한 순간이라도

내 곁을 떠나보지 못한 너

어쩌면 고집불통의 바보인지도 몰라

내가 움직임을 멈추면서부터

기다림이란 별명이 너를 떠난 적이 없어

움직임을 붙들어맨 것이 운명이라면

나를 통해 또 하나의 분신을 가진 것은

외롭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라고 해도 좋을는지

너와 나 사이에 쓸쓸하지 않으려는 노력만큼

우리를 가치있게 하는 것이 없다고 믿어

절대절명의 힘을 가진 너지만

어느 하루 서로를 위한 질서를 어긴 적이 없잖아

작은 약속을 지키려는 네 의지는

위대하다 못해 숭고하기까지 해

아침을 열어 세상을 밝히는 일이며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솜씨까지

너의 섬세한 고마움에 나는 눈물이 나

너를 두고 생명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어쩌면 대형 핵폭발 뒤의

지루한 겨울나기와 같은 지루한 일이겠지만

생명 그 자체인 너를 두고 무엇을 얘기하겠니

내가 없는 세상은 있을 수 있어도

네가 없는 세상은 있을 수 없어

이런 생각은 바로

나는 너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