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설 - 이외수

 

안개꽃은

싸락눈을 연상시킵니다

그대가 싸락눈 내리는 날

거리에서

고백도 하기 전에 작별한 사랑은

어느 날 해묵은 기억의 서랍을 떠나

이 세상 어딘가에 안개꽃으로 피어나게 됩니다

아무리 방황해 보아도

겨울은 끝나지 않습니다

불면 속에서

도시는 눈보라에 함몰하고

작별은 오래도록 아물지 않은 상처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랑이

꽃으로 피어나게 된다면

그대가

싸락눈 내리는 날 거리에서

고백도 하기 전에 작별한 사랑은

아무래도 안개꽃으로 피어나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