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 김재진

 

당신 만나러 가느라 서둘렀던 적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도착하지 않은 당신을 기다린 적 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뜯듯 손가락 떨리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보여

여기예요, 여기예요, 손짓한 적 있습니다.

차츰 어둠이 어깨 위로 쌓였지만

오리라 믿었던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입니다.

어차피 삶이란 그런 것입니다.

믿었던 사람이 오지 않듯

인생은 지킬 수 없는 약속 같을 뿐

사랑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실망 위로 또 다른 실망이 겹쳐지며

체념을 배웁니다.

잦은 실망과 때늦은 후회,

부서진 사랑 때문에 겪은

아픔 또한 아득해질 무렵

비로소 깨닫습니다.

왜 기다렸던 사람이 오지 않았는지,

갈망하면서도 왜 아무 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지,

사랑은 기다림만큼 더디 오는 법

다시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