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편지 - 곽재구

 

늦은 밤

구례구역 앞을 흐르는

섬진강변을 걸었습니다

착한 산마을들이

소울음빛 꿈을 꾸는 동안

지리산 능선을 걸어 내려온 별들이

하동으로 가는 물길 위에

제 몸을 눕혔습니다

오랫동안

세상은 사랑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억압과 고통 또한 어두운 밤길과 같아서

날이 새면 봉숭아꽃 피는 마을

만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 아직 스무 살 첫 입맞춤의 추억

잊지 않았습니다

폭염 아래 맨발로 걷고 또 걸어

눈부신 바다에 이르렀을 때

무릎 꺾고 뜨겁게 껴안은

당신의 숨소리 잊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