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내내 비 오는 날 - 백창우

 

1

너는 무얼 하는지

이렇게 하루내내 비 오는 날

너는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언젠가 네가 놓고 간 분홍우산을 보며

너를 생각한다

조그만 가방 속에 늘 누군가의

시집 한권을 넣고 다니던 너는

참 맑은 가슴을 가졌지

네가 살아가기엔 이 세상이 너무 우중충하고

너를 담아두기엔 내가 너무 탁하지

몇시쯤 되었을까

거리엔 하나 둘 등이 켜지고

비는

그치질 않고


2

너는 무얼 하는지

이렇게 하루내내 비 오는 날

너는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조동진의 '제비꽃'을 들으며

너를 생각한다

너를 처음 만난 그 겨울엔 눈이

무척이나 많이 내렸지

네 손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네가 꿈을 꾸기엔 이 세상이 너무 춥고

너를 노래하기엔 내가 너무 탁하지

몇시쯤 되었을까

수채화 같은 창 밖의 세상을 보며

너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