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그를 보리니 - 김남조

 

밤이 깊어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

더 깊은 밤에

어쩌면 희뿌연 새벽녘에라도

아버지가 오실 줄 믿고 기다리는가

그의 아이들

모두 깨어 있고

바깥은 습습한 밤비.

외등 하나

온밤을 골목길 비추느니


절통할 일이로고

심장 둘레의 곱디고운 혈관을 절개하고

그 여섯 시간 만에

오늘 같은 밤비 속을

낯설은 순례지

홀로 길떠난 사람


세상살이 이리도

깊고 광막한 타향인 곳인가

남의 자의 땅에도

익숙지 못한

실어증의 안개만 자욱하고

지평이 하늘에 닿은

가슴 안의 사막


그러나 해가 뜨면

동서남북을 새로이 배우련다

우물을 파서

새맑은 물거울에

모든 빛나는 것을 돌려오고

그 빛부신 중심에서

그를 항상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