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게 사랑이 있다면 - 박창기

 

아직도 내게 사랑이 있다면

흙 냄새 그윽한

텃밭에나 심을라오


길지 않은 세월에

인간 그리워 나눈 정이

너무 아파서

붙잡고 차마 못 버린 정이

너무 안타까워서

끝내 버리지 못하고 기다렸건만

갈대밭엔 언제나 바람 일더이다


못 버렸을 땐 그래도 즐거웠다오

함께 한다는 게 그래도 좋았었지요

믿지 못할 게 사람이더이다

이상한 바람만 불어도 나부끼더이다

그래도 까닭을 묻진 않았오


아직도 내게 사랑이 있다면

긴긴 세월에도 변치 않을

흙에나 심을라오

심은 대로 거두어 주더이다

사랑을 사랑으로 보답하는

배려가 고마워서 그러하오이다


바람이 일러 주더이다

버리고 가라고

두고 가라고

채울 그릇이 남았을 때

그러하라 하더이다

아직도 내게 사랑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