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 김현승


슬픔은

나를 어리게 한다.


슬픔은

죄를 모른다

사랑하는 시간보다도 오히려


슬픔은

내가 나를 안는다

아무도 개입할 수 없다


슬픔은

나를 목욕시켜 준다

나를 다시 한번 깨끗하게 한다


슬픈 눈에는

그 영혼이 비추인다

먼 나라의 말소리도 들리듯이......


슬픔 안에 있으면

나는 바르다


믿음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모르지만

슬픔이 오고 나면

풀밭과 같이 부푸는

어딘가 나의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