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니 꼭 그맘때

 

있잖니 꼭 그맘때

산 위에 오르면

있잖이 꼭 그맘때

바닷가에 나가면

활활 타다 남은 저녁 노을

그 노을을 어떻게

그대로 그릴 수가 있겠니


한 번이라도 만져 보고 싶은

한 번이라도 입어 보고 싶은

주홍의 치마폭 물결을

어떻게 그릴 수가 있겠니


혼자 보기 아까워

언니를 부르러 간 사이

몰래 숨어 버리고 만 그 노을을

어떻게 잡을 수가 있겠니


그러나 나는

나에게 노을을 주고

너에게도 노을을 준다


우리의 꿈은 노을처럼 곱게

타올라야 하지 않겠니

때가 되면 조용히

숨을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