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관

 

삶의 의무를

다 끝낸

겸허한 마침표 하나가

네모 난 상자에 누워

천천히

땅 밑으로 내려가네


이승에서 못다 한 이야기

못다 한 사랑

대신 하라 이르며

영원히 눈감은

우리 가운데의 한 사람


흙을 뿌리며

꽃을 던지며

울음을 삼키는

남은 이들 곁에

바람은 침묵하고

새들은 조용하네


더 깊이, 더 낮게

홀로 내려가야 하는

고독한 작별인사


흙빛의 차디찬 침묵 사이로

언뜻 스쳐가는

우리 모두의 죽음


한평생 기도하며 살았기에

눈물도 성수처럼 맑을 수 있던

노수녀의 마지막 미소가

우리 가슴속에

하얀 구름으로 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