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일기 2

 

14

내 얕은 마음을 깊게 해주고, 내 좁은 마음을 넓게 해주는 너. 숲 속에 가면 한그루 나무로 걸어오고,

바닷가에 가면 한점 섬으로 떠서 내게로 살아오는 너. 늘 말이 없어도 말을 건네오는

내 오래된 친구야, 멀리 있어도 그립고 가까이 있어도 그리운 친구야.

15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천사의 몫을 하는 게 아니겠어? 참으로 성실하게 남을 돌보고,

자기를 잊어버리고, 그래서 몸과 마음이 늘 사랑 때문에 가벼운 사람은 날개가 없어도 천사가 아닐까?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

16

친구야, 이렇게 스산한 날에도 내가 춥지 않은 것은 나를 생각해 주는 네 마음이 불빛처럼 따스하게

가까이 있기 때문이야. 꼼짝을 못하고 누워서 앓을 때에도 내가 슬프지 않은 것은 알기만 하면

먼데서도 금방 달려올 것 같은 너의 그 마음을 내가 읽을 수 있기 때문이야.

약해질 때마다 나를 든든하게 하고, 먼데서도 가까이 손잡아 주는 나의 친구야,

숨어 있다가도 어디선지 금방 나타날 것만 같은 반딧불 같은 친구야.

17

방에 들어서면 동그란 향기로 나를 휘감는 너의 향기. 네가 언젠가 건네준 탱자 한알에 가득 들어 있는

가을을 펼쳐놓고 나는 너의 웃음소릴 듣는다. 너와 함께 있고 싶은 나의 마음이 노란 탱자처럼 익어간다.

18

친구야, 너와 함께 별을 바라볼 때 내 마음에 쏟아져 내리던 그 별빛으로 나는 네 이름을 부른다.

너와 함께 갓 피어난 들꽃을 바라볼 때 내 마음을 가득 채우던 그 꽃의 향기로 나는 너를 그리워한다.

19

네가 만들어준 한 자루의 꽃초에 나의 기쁨을 태운다. 초 안에 들어 있는 과꽃은 얼마나 아름답고 아프게

보이는지. 하얀 초에 얼비치는 꽃들의 아픔 앞에 죽음도 은총임을 새삼 알겠다. 펄럭이는 꽃불 새로

펄럭이는 너의 얼굴. 네가 밝혀준 기쁨의 꽃심지를 돋우어 나는 다시 이웃을 밝히겠다.

20

너는 아프지도 않은데 '아프면 어쩌나?' 미리 근심하며 눈물 글썽인다. 한동안 소식이 뜸할 뿐인데

'나를 잊은 것은 아닌가?' 미리 근심하며 괴로워한다. 이러한 나를 너는 바보라고 부른다.

21

'축하한다. 친구야!' 네가 보내준 생일카드 속에서 한묶음의 꽃들이 튀어나와 네 고운 마음처럼

내게 와 안기는구나. 나를 낳아주신 엄마가 더욱 고맙게 느껴지는 오늘. 내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너를 만날 수도 없었겠지? 먼데서 나를 보고 싶어하는 네 마음이 숨차게 달려온 듯 카드는 조금 얼굴이 상했구나.

그 카드에 나는 입을 맞춘다.

22

친구야, 너는 눈물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니? 너무 기쁠 때에도, 너무 슬플 때에도 왜 똑같이 눈물이 날까?

보이지 않게 숨어 있다가 호수처럼 고여오기도 하고, 폭포처럼 쏟아지기도 하는 눈물.

차가운 나를 따스하게 만들고, 경직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고마운 눈물. 눈물은 묘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

내 안에도 많은 눈물이 숨어 있음을 오늘은 다시 알게 되어 기쁘단다.

23

아무리 서로 좋은 사람과 사람끼리라도 하루 스물네 시간을 함께 있을 수는 없다는 것 -

이것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나를 늘 쓸쓸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란다. 너무 어린 생각일까?

24

나는 따로 집을 짓지 않아도 된다. 내 앞에서 네가 있는 장소는 곧 나의 집인 것이기에, 친구야.

나는 따로 시계를 보지 않는다. 네가 내 앞에 있는 그 시간이 곧 살아 있는 시간이기에, 친구야.

오늘도 기도 안에 나를 키워주는 영원한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