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나는

 

당신 앞에 나는 꼼짝도 할 수 없는 항아리에요.

비켜 설 땅도 없는 이 자리에서

당신만 생각하는 길고 긴 밤낮.

나는 처음부터 뚜껑 없는 몸이었어요.

햇빛을 담고, 바람을 담고, 구름을 담고,

아직도 남아 있는 비인 자리,

당신만이 채우실 자리.

당신 앞에 나는 늘 얼굴 없는 항아리,

기다림에 가슴이 크는 항아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