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지금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지아비가 되고

한 사람의 지어미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서로 노예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두 가슴에 불을 붙이는 일입니다

키 큰 저 신랑의 숨결이 자꾸 거칠어지고

이쁜 저 신부의 얼굴이 홍옥처럼 붉어지는 것은

서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쓸쓸하던 분단의 날들을 깨부수고

조국은 하나다, 라고 선언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지금 이 땅에서 기어코 결혼이라는 것은

해방이라는 이름의 기관차를 함께 타는 일입니다


신랑이여 신부여

이제 그대들이 맨 처음으로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첫 아기의 눈부신 울음소리를

이 세상에 들려주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통일의 전사로

그 사랑스런 아기를 키우는 일입니다

신랑이여 신부여

그대들은 오늘부터 비로소

조국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