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어두운 청과시장 귀퉁이에서

지하도 공사장 입구에서

잡것들이 몸 푼 세상 쓰레기장에서

철야농성한 여공들 가슴속에서

첫차를 기다리는 면사무소 앞에서

가난한 양말에 구멍난 아이 앞에서

비탈진 역사의 텃밭 가에서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 있는 곳에서

모여 있는 곳에서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얼음장이 강물 위에 눕는 섣달에

낮도 밤도 아닌 푸른 새벽에

동트기 십 분 전에

쌀밥에 더운 국 말아 먹기 전에

무장 독립군들 출정가 부르기 전에

압록강 건너기 전에

배 부른 그들 잠들어 있는 시간에

쓸데없는 책들이 다 쌓인 다음에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언 땅바닥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훅훅 입김을 하늘에 불어놓는

죽음도 그리하여 삶으로 돌이키는

삶을 희망으로 전진시키는

그날까지 끝까지 울음을 참아내는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한 그루 향나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