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차를 위하여

 

기관차야, 스스로 너는 힘을 내 달린다고 생각하겠지

하찮은 일에서부터 세상을 움직이는 큰 일까지

혼자 힘으로는 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모르고

기관사가 타고 서울역에서 출발하기만 하면

어디든 닿을 수 있다고 너는 생각하겠지


그래서 떠나기도 전에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구나

가령 객차에 한 사람의 손님도 타지 않았다면

화물칸에 라면 상자 하나 싣지 않았다면

비록 떠난다고 해도 너는 우스운 쇳덩어리일 뿐

그 누구에게도 추억이 될 수 없을 거야


이 세상 끝까지 얼마나 많은

철길들이 서로 어깨 끼고 있는 줄도 모르고

부산이나 목포까지 갔다 왔다고 기적을 울리며

플랫포옴으로 들어오는 기관차야, 자만심을 버려야 해

국경을 건너고 거친 대륙을 횡단하기 전에는

한반도는 슬픈 작은 섬일 뿐이야


내 어린 시절, 기차를 몇 번 타봤는지

얼마만큼 먼 곳까지 타고 갔다 돌아왔는지 내기할 때마다

시골뜨기 나는 미리 주눅이 들곤 했었는데

나중에 커서야 알았지 세상을 많이 아는 것도 어렵지만

세상하고 더불어 사는 건 더욱 벅차다는 것을


이제 슬쩍 너에게만 말해 줄 게 있는데

기관차야, 요즈음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삶은 계란을 잘 사 먹지 않는 까닭을 말이야 그것은

삶으로부터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일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란다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간이역의 이름처럼

앞으로 남은 많은 날들이 너를 녹슬게 하겠지만

기관차야, 철길 위에 버티고 서 있지 말고

새 길을 만들어 달릴 때 너는 기관차인 것이다

끝이다, 더는 못 간다 싶을 때 힘을 내

달릴 수 있어야 모두들 너를 힘센 기관차로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