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노래함

1989년 앞에서

 

그대

마침내 해가 떠오릅니다

원산 청진 경포 울산 앞바다에

백두 한라 상상봉에

그대의 붉은 가슴이 보입니다

우리가 또 껴안고 살아가야 할

신천지가 보입니다


그대는 알고 있겠지요

검은 노동의 굴뚝 위에도

가투의 피흘림 위에도

쩌렁쩌렁 해가 떠오르는 까닭은

지난 밤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입니다

어둠으로 하여

우리의 싸움이 그토록 처절했기 때문입니다

새벽을 기다리기 전에 우리가

스스로 새벽을 향해 걸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아침에 펼쳐드는

새 달력의 첫장 위에

먼 친구가 보내온 연하장 위에

뜨겁게 해가 떠오르는 까닭은

사랑은

끝도 없이 달아오른다는 뜻입니다

그대와 나의 숨결 하나하나가

이 세상을 이루고

이 세상을 이끌고 간다는 것을 알 때까지

우리들의 사랑은

식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또한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조국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새 아침에 배웁니다

길가의 철조망 한 가닥으로부터

분단을 떠올리고

생활에 묻은 먼지 같은 가난에서도

통일로 가는 길을 찾는

그대


그대와 만나고 싶습니다

이제까지 싸움이

우리를 이렇게 키워왔듯이

피 터지는 사랑 없이는

좋은 세상에서 만날 수 없음을 믿습니다

사랑으로 하여

우리가

맑고 뜨거운 해로 떠오르는 날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