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세월에게

 

홍매화 꽃망울 달기 시작하는데 싸락눈이 내렸다

나는 이제 너의 상처를 감싸주지 않을 거야

너 아픈 동안, 얼마나 고통스럽냐고

너 아프면 나도 아프다고

백지 위에다 쓰지 않을 거야

매화나무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나뭇가지 속이 뜨거워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너를 위하여 내가 흘릴 눈물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 거야 쿨룩쿨룩, 기침을 하며

싸락눈이 봄날을 건너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