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차를 타고

 

산모퉁이를 돌면서 기차는

쓴약 같은 기적소리로 울고 있었다

유리창에 눈발이 잠깐 비치는가 했더니

이내 눈송이와 어둠이 엎치락뒤치락

서로 껴안고 나뒹굴며 싸우는 폭설이었다

잠들지 않은 것은

나와 기차뿐

철가 옆 낮은 처마 아래 불빛 하나뿐

저기 잠 못 든 이가 처녀라면

기적소리가 멀어지면 더욱 쓸쓸해서

밤새도록 불을 끄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