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에 대하여

 

우리 아버지 어머니 살과 피

서로 합하여 또 하나의 몸을 나누어

세상 깊은 벼랑 아래 내려놓으시며

아들아, 힘들여 한번 불러보시고

내가 뛰어놀 수 있는 만큼 땅에 금을 그어

몇날 며칠 뚝딱뚝딱

햇빛 같은 못을 각목에 박으시더니

여기가 우리가 살아갈 집이란다

10년이 넘도록 아버지

들에 나가 삽질하실 때

어머니는 집에 남아 걸레질하시고

나는 낯선 아이들과 싸움질하였다

세상은 많이 변하였다

우리가 세워놓은 울타리에

우리가 둘러싸여 살아가면서,

학교에 다니면서 나는

나와 너를 구분 짓고 정의하는 것이

한 줄의 선이라는 것을 배웠다

가족이 마을로, 마을이 부족으로

부족이 국가로 자라나는 것을 보았다

헌데 세상이 많이 변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어른이 될 수 있었다

내가 밥 먹으려고 강도질할 때

아내는 부엌에서 행주질하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우리 아가야

우리가 세워놓은 울타리에

우리가 둘러싸여 살아간다

이 아파트에는 울타리가 없으니

너는 잘 모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