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기행

 

저 가랑잎 같은 새떼들과 함께 우리

부여로, 살면서 흘린 눈물 등뒤에 묻고

그 옛날을 적시던 누구의 눈물 찾으러 가리

그 옛날에 내리던 눈 맞으며 가리

우리 사랑은 이웃 군대 불러

밥과 술 먹이고 길들인 말 고삐 쥐어주고

사돈네 마을 불 싸지르는 일뿐이었더냐고,

내 안경 너머로 소리 죽여 우는

빈 몸의 성터여, 스스로 물으며 왔나니

거기서 둥근 무지개를 그려 올리던 백제인의 활이여,

보아라, 삼남(三南)에서 떼지어 모여든 길들이

백마강 살얼음 강물 속으로 스스럼없이 뛰어드는 것을

우리 몸에 도는 핏줄과 은사시나무들 물관부도

오늘은 잘 보이는구나, 가슴으로 날아오는 화살이여,

예서 우리 한 나라 세우지 못한다면

궁술 능한 사내 많이 키운들 무엇하겠느냐

박물관에서 낙화암에서 슬픔을 배경삼아

잇몸 드러내놓고 기념사진을 찍는 너희는

대체 어느 후레자식의 후예들이냐고

이마를 때리는 눈발이여, 우리 언제나 가리

불과 수백 리 밖에서 잠든 고구려 나라로,

눈사람 되어 발목을 땅에 바치고 서서

관광버스 타고 부여에 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