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저물녘 나는 낙동강에 나가

보았다, 흰 옷자락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정든 하늘과 물소리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강은

눈앞에서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 이마 위로도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어릴 적의 신열(身熱)처럼 뜨겁게,


어둠이 강의 끝 부분을 지우면서

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번져오고 있었다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낡은 목선을 손질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그물 한 장을 주셨다


그러나 그물을 빠져 달아난 한 뼘 미끄러운 힘으로

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치는 은어떼들

나는 놓치고, 내 살아온 만큼 저물어가는

외로운 세상의 강안(江岸)에서

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

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는 강물


아아 나는 아버지가 모랫벌에 찍어놓은

발자국이었다, 홀로 서서 생각했을 때

내 눈물 웅얼웅얼 모두 모여 흐르는

낙동강

그 맑은 마지막 물빛으로 남아 타오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