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소리가 들린다
- 원음방송 개국 축시
무엇이냐,
그대와 나 사이에 퍼지는 소리가
열어야 할 아침은 열 줄 알고
닫아야 할 저녁은 닫을 줄 아는 저 소리가
아마도 몸이 아픈 세상을 어루만져주려나 보다
마음 아픈 그대와 나를 다독여주려나 보다
들린다, 둥근 소리가
저 소리는 책상에 닿아 모서리를 둥글게 하고
저 소리는 연필 끝에 닿아 연필심을 둥글게 하고
저 소리는 시장에 가서 악쓰는 소리를 둥글게 하고
저 소리는 삿대질하는 손가락 끝을 둥글게 하고
귀 기울이면
분노와 시기와 질투와 욕망으로 들끓는
그대와 나를 둥글게 만든다
맑고 밝고 훈훈한 소리가
둥근 소리가 들린다
그대는 아느냐,
뜰 앞 나비의 날갯짓 소리가
먼바다 건너 태풍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한 알의 단단한 씨앗 속에
우주를 열어젖히는 꽃이 들어 있다는 것을
둥근 소리가 들린다
작지만,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