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광주인 까닭은

- 광주항쟁 12주년 기념시

 

광주가 광주인 까닭은

광주가 무등산 아래 있기 때문이 아니다

1980년 그날 이후

광주가 광주인 까닭은 이 나라에

광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단 하나도 없고

광주 아닌 곳 또한 단 한 군데도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심장 속으로 총소리가 들리면

비명소리 퍼지면, 눈빛 맑은 젊은 벗들

오랏줄에 묶여 쓰러지면

환한 대낮에 피가 강이 되어 흐르면

아아, 끝내 다시는

집으로 돌아와 저녁밥상 앞에 앉지 못하면

그런 곳이 있다면 거기가 광주이기 때문이다

우리들 분노와 사랑의 발걸음을 모아

5월에 광주를 찾는 까닭은

광주에 망월동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들 가슴 속에 광주가 있기 때문이다

그대와 나의 출근길에

새로 다려 입은 양복 윗주머니에

흔들리는 버스 안에

책가방 속에 도시락 안에 광주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에게 광주가 광주인 까닭은

광주로부터 얻은 빚을 다 갚지 못했다는 뜻이고

부단히 광주에 가고자 했으나

아직도 다다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가고자 하는만큼

광주는 애인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곳

머뭇거리는, 어정쩡하게 서 있는 우리에게

지금 광주가 광주인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