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우물

 

뒤안에 우물이 딸린 빈집을 하나 얻었다


아, 하고 소리치면

아, 하고 소리를 받아주는

우물 바닥까지 언젠가 한 번은 내려가보리라고

혼자서 상상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물의 깊이를 알 수 없었기에 나는 행복하였다


빈집을 수리하는데

어린것들이 빗방울처럼 통통거리며 뛰어다닌다

우물의 깊이를 알고 있기에

나는 슬그머니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오래 된 우물은

땅 속의 쓸모없는 허공인 것


나는 그 입구를 아예 막아버리기로 작정하였다

우물을 막고 나서는

나, 방 안에서 안심하고 시를 읽으리라

인부를 불러 메우지 않을 바에야 미룰 것도 없었다

눈꺼풀을 쓸어내리듯 함석으로 덮고

쓰다 만 베니어 합판을 덧씌우고

그 위에다 끙끙대며 돌덩이를 몇 개 얹어 눌렀다


그리하여

우물은 죽었다


우물이 죽었다고 생각하자

나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한때 찰박찰박 두레박이 내려올 때마다

넘치도록 젖을 짜주던 저 우물은

이 집의 어머니,

별똥별이 지는 밤하늘을 밤새도록 올려다보다가

더러는 눈물 글썽이기도 하였을

저 우물은

이 집의 눈동자였는지 모른다


나는 우물의 눈알을 파먹은 몹쓸 인간이 되어

소리친다

아, 하고 소리쳐도

아, 하고 소리를 받아주지 않는

우물에다 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