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떠나고 내리는 비

 

그대 떠나고 비가 내립니다


사랑하는 벗의 팔에 안겨

피 뚝뚝 흘리던 그대 마지막 모습을 보고

너무도 가슴이 미어져 눈물조차 뜨겁게 끓어오르던

남아 있는 우리 모두의 가슴 위에도 비가 내립니다


가장 뜨거운 싸움터 한복판에서

깨어 있는 가슴으로 용솟음치다

빛나는 젊음 정결한 목숨 하나를

이렇게 보란듯이 던지고 떠나더니

이제는 빗줄기가 되어 돌아옵니다


나뭇잎을 뒤집는 이른 아침 빗발처럼

그대는 우리를 깨우며 옵니다

수천 수만 개의 깃발이 되어

고랑을 이루고 강줄기가 되어 우리에게 옵니다


우리가 잠들어 있는 동안도

밤새도록 깨어 어둠 속을 달려온

첫차의 이마 위에 반짝이는 이슬처럼

그대는 우리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가 늘 깨어 있고자 고통스러워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한세상을 이루고자

고난을 외면하지 않을 때마다

가장 뜨거운 곳에서 찾아 쥐었던 뼈저린 희망 하나를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우리의 저린 가슴을 속속들이 씻어가며

두 주먹을 쥐게 하던 그 눈물

그 목숨 하나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오늘 이렇게 비가 되어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