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말 한마디를 나누러 가고 싶다

 

장대비에 젖으며

아름다운 말 한마디를 나누러 가고 싶다

까치집 위에 뜬 살구빛 노을 저쪽

그리운 곳의 사람에게 가고 싶다

몇날 몇밤을 낙엽은

문풍지를 때리며 툇마루에 떨어지고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밤새 떨어져

끊임없는 갈증으로 떠나가던 때처럼

오늘도 그렇게 가고 싶다

내가 만난 모든 길은 비에 젖어 지워지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잡은 손은

언제나 얼어 있었다

굴참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처럼

내 가슴을 절절하게 깨우던 소리들이

조금씩 뒷등에 울리는 저녁 어스름

눈썹달처럼 깨끗하던 사람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쇠창살을 때리는 번갯불과 맞서서

푸른 눈을 부릅뜨던 달군 돌의 마음 가진 사람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아무도 없고 빈 벌판뿐인 이런 날

이 세상 어떤 사람도 가끔씩은 이렇게 절망하는 밤

내 육신을 빠져나간 가슴 저린 것들

내 곁에서 너무도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들

없는 것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온 밤을 칼날같은 바람의 끝에 세워두며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에 씻고

솔가지 위에 쌓인 눈에 닦은

희디흰 내 영혼의 사리 몇개 부싯돌처럼 두드리며

다시 떠나고 싶다

뉘우치며 뉘우치며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