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앉으면

 

나의 마음이 어지러운 물살로 흔들릴 때

당신은 나를 불러주십니다.

당신이 정녕 어디에 있을까 찾아 헤맬 때

당신은 나를 가까이 오라 부르십니다.

억새풀 하나 당신 앞에 옮겨 놓고 오랜 날 지나 있어도

빗줄기를 불러모아 그 억새풀과 함께 얼어붙으며

당신께 드린 것은 풀 하나 버리지 않는

그 속에 당신 마음이 있음을 보여주십니다.

겨울 하늘 붉은 노을로 내려와

이것이 아직도 타고 있는 당신 마음임을 보여주십니다.

내가 당신 가까이 마주 와 앉아야

비로소 솔바람소리로 가만가만 제게 오시고

못 보던 새 한 마리 가까이 있게 하여

당신의 소리를 알려주십니다.

당신 앞에 앉으면 온갖 어지러운 유혹과 사치스런 삶들이

한낱 짧은 연기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하시고

저렇게 다 버리고도 죽지 않은 겨울나무 속에서

홀로 가는 길 서러우나 외롭지 않음을 깨우치십니다.

슬픔 하나가 마음을 얼마나 깨끗이 닦아내는지

알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