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없는 그

 

그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모른다

그의 얼굴을 소리없이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이 떨려오는지 모른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라 한다

고통받는 우리 삶의 원인이 버리지 못하는

희망에 있다고 그런 우리 사랑의

비현실성에 있다고 말한다


이미 사라지고 없는 그를 아직도 사랑하는 까닭에

결국은 우리를 배반하고야 말 희망의

또다른 얼굴을 보지 못하는 까닭에

불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 한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그를 찾아 거친 길을 나선다

그와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도 다시 설레고

그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가까워지는 것만으로도

나는 첫사랑을 만날 때처럼 다시 소년이 되곤 한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그가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가 살아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되고

내가 아직 버리지 못하는 것들을 안고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우리에 대한 기쁨을 버리지 않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