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잎

 

가을 가고 찬바람 불어 하늘도 얼고

온 숲의 나무란 나무들 다 추위에 결박당해

하얗게 눈을 쓰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도

자세히 그 숲을 들여다보면

차마 떨구지 못한 몇 개의 가을잎 달고 선

나무가 있다 그 나무가 못 버린 나뭇잎처럼

사람들도 살면서 끝내 버리지 못하는

눈물겨운 기다림 같은 것 있다

겨울에도 겨우내 붙들고 선 그리움 같은 것 있다

아무도 푸른 잎으로 빛나던 시절을 기억해주지 않고

세상 계절도 이미 바뀌었으므로

지나간 일들을 당연히 잊었으리라 믿는 동안에도

푸르른 날들은 생의 마지막이 가기 전 꼭 다시 온다고

죽은 줄 알았던 가지에 잎이 돋고 꽃 피고

설령 그 꽃 다시 진다 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 있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 생도 짙어져간다는 것을

믿는 나무들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내내 버리지 못하는 아픈 희망

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푸르른 그리움과 발끝 저리게 하는 기다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