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그는 늘 최전선에 있었다
후주 무제 쳐들어올 때는 비사들에 있었고
신라와 맞설 때는 죽령으로 달려갔다
그는 왕의 신임을 받는 부마였지만
궁궐 편안한 의자 곁에 있지 않았다
그는 늘 최전선에 있다가
최전선에서 죽었다
권력의 핵심 가까이에서 권력을 나누는 일과
권력을 차지하는 일로 머리를 싸매지 않았다
높은 곳 쳐다보지 않고 아래로 내려갔다
안락하고 기름진 곳으로 눈 돌리지 않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험한 산기슭을 선택했다
그때 궁궐 한가운데 있던 이들
단 한 사람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천 년 넘도록 우리가 온달을 기억하는 건
평강공주의 고집과 눈물 때문 아니다
가장 안온한 자리를 버리고
참으로 바보같이 가장 험한 곳
가장 낮은 곳 향해 걸어갔기 때문이다
살면서 우리가 목숨 던져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