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항아리탑

 

몸 속에 진신사리를 모시지도 못했어요

기단에서 상륜부까지 장인의 솜씨로 다듬은

균형 잡힌 아름다움도 제겐 없어요

그저 항아리 모양의 돌 몇 개

얹어놓았을 뿐이에요 그러나

부처님은 잘 만들어진 화강암의 삼층

탑신 안에만 계시지 않고

쌀독 속에도 있고

물항아리 안에도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요

땀 한 방울로 쌀 한 톨 키우는 다랭이논에도

있어야 하고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빈 쌀독 속에

우리 목숨보다 먼저 와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요

참으로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찰랑거리며

물항아리 속에 앉아 함께 젖어 있거나

된장독 맨 밑에서 깊고 오랜 맛으로

푹푹 썩어가며 섞여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만산 계곡까지 들어와 농사를 지으며

산그늘과 함께 늙어가는 사람들의 논 옆에

일하고 허리를 눕히는 바로 그 곁에

탑도 부처님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닌지요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모습 친근한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