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교실

 

천장이 낡아 떨어져 나간 사이로 건물의 빗장뼈가

허엿게 드러나 보이던 그 교실이 그래도 나는 좋았다

도서 열람실이라고 하지만 잘 닫히지 않는 창 틈으로

명지바람이 다녀간 것말고는 늘 비어 있는 그 교실에서

글 쓰는 걸 배우려는 아이들과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일에 대해

시를 쓰기도 하고 강아지똥이나 수우족 추장의 글을 돌려가며

읽기도 하였다


수업이 없는 시간이면 나는 그곳에 혼자 앉아 있곤 하였는데

비가 내리다 그친 유월이면 뻐꾹새는 건너편 숲에서 녹녹한

소리들만 골라 교실 앞에까지 던지고 가고 낙엽이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창을 열다가 내가 그리움을 다 못 버리고 있구나

생각하며 산 너머 흘러가는 구름 몇 장을 한참씩 바라보며

서 있는 날도 있었다


아이들도 내가 그곳에 혼자 있는 걸 아는지 간혹 생글거리며

찾아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다른 반 누구누구가

우리 반 현이를 좋아하고 있는지를 넌지시 알려주며 저희끼리

깔깔거리거나 칠판 가득 열 다섯 가슴에 찰랑거리는 소망을

적어놓기도 했다 간혹 누구 글씨인지 알 것 같은 필체로

선생님 바보라고 씌어 있는 걸 보며 혼자 웃을 때도 있었다


날이 추워져도 손가방만한 스토브 그것도 고장이 나

잘 켜지지 않는 것 하나밖에는 의지할 데가 없는 싸늘한 교탁 옆에서

미사를 위한 아다지오를 듣거나 아직도 뜻을 버리지 않은 옛 친구들의

시집을 읽으며 가슴이 녹아내릴 때도 있고 시린 등 곱은 손을

다른 한 손으로 비벼가며 시를 쓰기도 했다 달포가 넘도록

운동장 가득 눈은 녹지 않는데 지나온 세월 속에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하면 마음 아플 때도 있지만 나는 왜 찬바람 부는 오지의 교실을

혼자 지키고 있는가 묻지 않았다 그저 다시는 못 만날지 모르는

고적한 시간 시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