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풀기

 

그날 나는 몇시간이나

일없는 사내처럼 앉아 실을 풀었다

아이가 혼자 장난치다 던져둔 반짇고리

형형색색 얽히어 뒹구는

실패와 혼란함을 감아올리다

몇번이고 끊어버리고 일어서려다

일어서려다

몇시간 나는 일없는 사내처럼 앉아

우리들의 끈기없음과 싸웠다

창밖의 바람은 산짐승 소리를 내며

다가왔단 흩어지고

난로 위에선 참을 수 없는 주전자의 물이

뚜껑을 치받으며 끓고 있는데

언젠가 손바닥과 손마디를 가르며

아리게 흩어져나올

그 자연스러운 실마리를 만나기 위해

손마디를 빠져나가는 아주 가느다란

자유로움과 평화의 실 한가닥씩 되찾아

참으로 우리가 끊어질 수 없는

하나의 면면한 끈이었음을

팽팽히 실패를 감는

한덩어리의 끈이었음을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