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아이와 함께

 

지금 당신 앞에 돌아와 무릎 꿇고 올리는

이 아이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달도 없는 밤 가을 숲 속에서 몇 밤을 지새고

다섯번째 도둑질을 하다 들킨 왼손을

오른손의 칼로 내리긋고

피흘리며 돌아온 이 아이의 한 손에

바르게 가르치지 못한 제 한 손을 포개어

당신께 올리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이 아이가 자라며 원망해 온

남루함과 헐벗음 누추함보다

이 아이의 아비가 진흙에 손을 넣고

대대로 빚어 온 붉고 고운 항아리들의 의미가

더욱 값진 것임을 깨닫게 하여 주시옵고

이 아이가 자라며 동경해 온

풍성함과 사치스러움 비어 있는 반짝거림보다

흙에서 건진 것들로 일용할 그릇을 삼는

저 정직한 옹기들의 넉넉함이

더욱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하여 주시옵소서

불가마 옆에서 평생을 살아오는 이들과

그 이웃들의 가난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너무도 잘 알고 계시는 당신께

이 아이가 원망해 온 것들과 유혹에 빠져온

나날들을 빠짐없이 지켜보고 계셨을 당신께

또 다시 죄의 보속을 비옵는 까닭은

그들을 빼앗김과 짓눌림 한스러움에서

더욱 벗어나지 못하도록 옥죄어 오는 끈끈한 거미줄이

이 땅의 어느 구석에서 움솟는 것인지

그들에게 바르게 이야기하고 참되게 일깨워

제 손에 칼을 긋던 다른 한 손을 들어

결연히 그 어떤 것을 금그어 가야 하는지를

아직 다 깨우쳐주지 못한 까닭입니다

자신을 속이며 쉽게 쉽게 사는 일보다

흙을 디디고 흙을 만지며 정당하게 노동하는 일이

보람찬 삶임을 뜨겁게 깨닫는 아이가 되도록

바른 삶의 지혜를 불어넣어 주시옵고

제게 맡기신 가난한 이 땅의 많은 아들 딸들도

어떻게 우리가 바르게 살아야 하며

무엇이 우리를 바르게 살지 못하도록 하는지

우리가 진정 미워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아이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제게 힘을 주시옵고 도와주시옵소서

아흔 아홉 번 용서하시고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시는 당신 앞에

돌아온 아이와 함께 무릎 꿇고 올리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피흘리며 돌아온 이 아이의 한 손에

바르게 가르치지 못한 제 한 손을 포개어

당신께 올리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