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비

 

메밀꽃 지는 고개를 넘어오며 당신을 생각했지.

감잎이 바람에 끌리는 소릴 들으며 당신을 생각했지.

차가와 오는 시간 속으로 끌리어 나와 홀로 새는 방안에

어제는 쥐들이 새끼를 치고 가는비 굵게 스며 천장을 적시었지.


올해는 시월까지 장마비 길어 당신을 누이고 다져 밟은
발소리 아래로

빗줄기 오래오래 지나갔으리. 머리맡에 따라와 우는 벌레소리

달 없는 밤에도 깊이깊이 땅끝을 두드렸으리.


얼마나 많은 바람과 비에 씻긴 뒤에야 흙 속에서도 고요히

이승 저승 넘나들고 바람 속에서도 너울너울 다시 만날 수 있는 걸까.

어느 하늘 어느 구름 아래 다시 만날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