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하리의 봄

 

님이여 당신은 제게 아프게 아프게 제게 오십니다

이 땅에 한 포기 풀로 저를 있게 하시고

모진 바람으로 제 소중한 모든 것들 거두어 가신 뒤에

깊고 긴 어둠으로 오랜 날 덮어두셨다가

언 가슴 안고 울부짖는 소리도 모른 채 두셨다가

풀리는 햇살로 천천히 제게 오십니다

제 살아온 반생의 언덕을 제 손으로 갈아엎게 하시고

잘못 디딘 발자국도 제 손으로 지우게 하시고

굵게 굵게 흘리는 눈물 발등에 넘칠 때

빗줄기를 먼저 보내 조용히 씻게 하시고야

보리밭 위로 조금씩 햇살 던지시며 제게 오십니다

님이여 당신은 먼 밤의 끝으로 이어오는 새벽처럼 오십니다

님이여 당신은 제가 이 땅에서 어느 외진 구석에 풀잎으로 있어도

저를 가득 담아두시는 아침 하늘로 오십니다

겨울 산골짝을 고적히 달려간 밤기차의 기적처럼

제 가슴을 크게 울리고

오래도록 남아 있는 푸른 핏줄의 맥박으로 오십니다

쓰라림과 외로움 견디노라 갈라져 터진 껍질 벗겨

맑은 속가지 드러나게 한 뒤

해묵은 슬픔과 함께 태우고 계시는

아아로운 포도밭의 불길로 오십니다

님이여 당신은 멀고 긴 길을 돌아 제게 오십니다

님이여 당신은 제 옆의 늘푸른나무들을 먼저 흔들어 보시고

저를 가만히 흔들며 당신 가까이로 오라 하십니다

좀더 가까이 오라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