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에서

 

마늘밭에 바람이 소리없이 분다

민들레 꽃씨가 들을 건너다 가볍게 떨어지고

뚝사초도 함께 흔들린다

쓰러지고 쓰러지며 마늘잎은 소리가 없다

맵고 단단한 것 하나씩 키우기 위해

왕겨 지푸라기 두엄성이와 함께 썩으며

어둡고 쓰리던 시절 다 보낸 뒤에도

마늘잎은 바람에 몸을 휘이며

아우성치는 법이 없다

뜨겁지 않은 봄볕 속에서

잎끝 노랗게 태우며 살아도

소리침 하나 없이 마늘잎은 쓰러지고 일어선다

마늘밭 위로 바람이 분다

흙 묻은 머리칼 귀밑머리께로 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