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차리 4

 

벌판 한가운데 서면 소리들이 달려온다

심줄처럼 솟은 논두렁길로 줄지어 눈이 쌓이고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울음소리들이 뚝뚝 내게 떨어진다

머리채를 풀어 던지고 쓰러져 누운

산맥을 향해 겨울벌판 질러가며

사랑한다 사랑한다던 말을 생각한다

시린 내 왼손으로 오른손 맞잡아 비비며

따뜻하게 살자던 그 말의 온기를 생각한다

그대가 몇 달씩 얼고 갈라져 터지던 땅으로 누웠을 때

벼 그루터기처럼 촘촘히 박혀 뽑히지 않는

단단한 뿌리로 나도 당신 속에 있고 싶었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소리 속으로 가고 있다

울면서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