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물을 주며
책을 읽을까
며칠째 쌓여 있는 우편물을 뜯을까
생각하다
꽃나무에 물을 준다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이 심하게 불고
한로 지난 나뭇잎도 나도
스산하기 그지없다
많은 날 돌보지 않고 버려둔 잎들은
목마름 참다 참다
외로 틀어져 있고
나뭇가지보다 더 메마른
내 마음속 실뿌리는
어디 한군데 발 뻗을 곳 찾을 수 없다
신문을 펼칠까
던져둔 서류봉투를 열까 생각하다
파초잎과 동백나무에 물을 준다
세상사 다 나 혼자 짐져야 하는 듯
헤매고 다니다 지쳐 돌아와
오늘은 서늘한 물줄기에 발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