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쥐똥나무 줄지어 늘어선 길을 따라

이제 저는 다시 세상으로 나갑니다

달맞이꽃 하염없이 비에 젖는 고갤 넘다

저녁이면 당신의 머리맡에 울뚝울뚝

노아란 그리움으로 피던 그 꽃을 생각했습니다

슬픔 많은 이 세상 당신으로 해서

참 많이도 아프고 무던히도 쓸어내던

그리움에 삼백 예순 날 젖으며도 지냈습니다

오늘 이렇게 비젖어 걷는 길가에

고랑을 이루며 따라오는 저 물소리가

가슴 아픈 속사연을 품어 싣고

굽이굽이 세상 한복판을 돌아

크고 넓은 어느 곳으로 가는지를 지켜봅니다

당신이 마지막 눈 한쪽을 빼서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던 이 세상에 내 남아서

어떻게 쓸모있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당신은 철마다 피는 꽃으로 거듭거듭 살아나

보고 또 지켜보리란 생각을 하며

세상으로 이어지는 길고도 먼 길 앞에

이렇게 서서 한번 더 뒤를 돌아다보고

걸음을 다시 고쳐 딛습니다

잎지고 찬바람 부는 때는 외롭기도 하겠고

풀벌레 울음소리 별가를 스칠 때면

그리움에 아픔에 새는 밤도 있겠지만

이 세상 모든 이들도 다 그만한 아픔 하나씩

가슴에 품고 사는 줄을 아는 까닭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멀리 가는 바람 속에

당신의 고운 입김 있으려니 생각하고

가장 먼 곳에서 가장 가까이 내리는 빗발 속에

당신의 뜨거운 눈물도 섞였으려니 여기며

저는 다시 이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걸어 내려갑니다

아픔 많은 이 세상 자갈길에 무릎을 깨기도 하고

괴롬 많은 이 세상 뼈를 꺾이기도 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이야 누구에겐들 앗기우겠습니까

홀로 가는 이 길 위에

아침이면 새로운 하늘 한낮의 구름

달이 뜨고 별이 뜨는 매일매일 그런 밤 있으니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달맞이꽃 지천으로 피듯

우리들 사랑도 그런 어느 낮은 골짝에 피어 있겠지요

우리들 사랑도 그런 어느 그늘에 만나며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