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쓸면서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내 아직 어려서 눈물이 많고

오직 한 가지만을 애터지게 사랑하여

내 일상의 뜨락에 가득가득 눈들이 쌓일 때

당신은 젖은 빗자루로 내 앞의 길을 터주고

헐거운 내 열정의 빗장마다

세차게 못 박아주던 망치소리였습니다

당신의 뜻대로

철철 고여 넘치는 우물이기 전에

그 우물에서 퍼올린 두레박 가득한 하늘빛이기 전에

썩고 버려진 것들과 함께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섞이어 흘러가자

아린 소금물 첨벙첨벙 허릴 적시며

외진 갯가로 배 밀어 가시던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눈 내리는 당신의 하늘만 다 못 거둔 아픔이지 않고

눈발처럼 소리도 못하고 땅 속에 스러지는

이 땅에도 아픔은 너무 깊지 않습니까

내 다시 이렇게 눈을 쓸며 당신 앞으로 갈 때

슬픔은 오직 슬픔의 것이라 하시며

손가락 끝으로 쑥새 몇 마리만 가리키시렵니까

당신의 갯가 위로 부는 바람은 이 땅에도 붑니다

당신 앞에 덧없이 지는 이국의 꽃 말고

땅에 떨어져 모진 바람 밑에 썩는 많은 것들은

우리가 거두어야 하지 않습니까

비겁한 무리를 미워하는 우리들 사랑에

희망의 누룩으로 당신은 썩을 수 있고

외롭지 않은 것들과 싸우는 우리 마음속

횃불 타는 기름으로 당신도 고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뼈아프게 찾는 양식을

나 또한 일생을 바쳐 찾습니다

당신은 아직도 허기처럼 내리는 이 눈발로

하늘의 양식을 빚어내고 계시렵니까

녹는 것들이 모여 물줄기 이루어 가듯

이 땅에서 서로 뜨겁게 녹으며 사랑하면

짧은 이 삶이 고이어 영원으로 흐르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