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아내의 피는 빠져 어디로 가는 걸까

몸은 불꽃으로 감겨 오르는데

얼음조각처럼 색깔을 잃어가는 아내의 낯빛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버리고 있다는 것일까

모든 것을 청결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일까

안과 밖의 가늠할 수 없는 끈을 쥔 채

한 톨씩 몰래몰래 피를 빼내어

가슴 어두운 곳에 딱딱한 성채를 쌓아가는

저것들은 무엇일까

우리들의 내부에 모르게 자라오르는

우리들 한평생의 삶을 파먹으며 독을 키워가는

정녕 우리의 뜻이 아닌 저 빨판들은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빼앗김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빼앗김으로

우리들은 더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는데

아내의 몸에서 피는 빠져 어디로 가는 걸까

몸은 싸움으로 불덩이가 되었는데

살들은 흔적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가고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