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

 

한겨울 들에 나가 씀바귀를 만나보라

바람이 풀을 가장 낮게 땅에 누이고 지나간 뒤

아침이면 싸락눈 덮이어 녹던 눈 다시 얼고

나무들도 그저 어쩌지 못한 채

몸을 비울 대로 비워둔 한겨울 들에는

제 잎의 온기 모두 뽑아 뿌리에 주고

겨우내 흙빛으로 삭아가며 뿌릴 덮고

성글게 누운 그 밑에

푸르게 찔러둔 비수 같은 씀바귀 속잎

온 들에 서늘히 깔려 있으리라

켜로 쌓인 눈얼음 녹여 목 축이고 뿌릴 닦고

단 한 번 신호로도 온 들 뒤덮을

실뿌리들 몸 트는 소리 귀 가득 들리리라

누가 먼 발치서 이 땅을 죽음이라 하는가

누가 바람 없는 곳 찾아 길 걸으며

그저 겨울이라 하는가, 냉혹함이라 하는가

한 개의 돌이 되어 꽝꽝 얼어붙은 강가의

얼음 향해 잰걸음으로 달려가

한 주먹의 힘만한 구멍밖에 내지 못한 채

쓸쓸한 비명소리 함께 어둔 강바닥으로 잠겨간

그 시리던 시절의 돌팔매

봄이 오는 어느 날 바로 그 돌팔매 흔적으로부터

얼음장 꺼져갈 것임을 잊지 말자며

차가운 악수로 잡던 손들의 사랑처럼

한 포기 씀바귀 곱게 닦이운 뿌리 밑에서부터

이 나라 천지의 들은 녹으리라

새로운 햇볕과 물소리로 낡은 세상 바뀐 뒤에야

풀들이 늦게 눈 뜨고 들에 나는 것이라면

누가 이곳을 들이라 하랴

바람이 거칠게 살 깍아올수록

바람에 속날 갈며 깊은 곳에 뿌릴 박는 것은

이 들이 풀들의 것임으로 해서이다

눈보라에 턱없이 쓰러진 벌판에 서서

우리가 이곳을 들이라 부르는 것은

얼어 있는 모든 곳 지키고 선 튼튼한 파수병 같은

뿌리의 꿈틀거림 때문이다

한겨울 들에 나가 씀바귀를 만나보라

누가 풀들을 나고 죽는다 말하는가

누가 이들을 죽음이라 쓸쓸함이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