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큼

 

남산 소월 시비 아래서 파리한 당신과 함께 산유화를 읽었지.

이것이 이 세상 당신과의 마지막 여행이 될 지 모른다고

나는 쓸쓸히 당신의 손을 잡아

손가락으로 한 소절씩 쉬어 짚으며 저만큼하고 읽어갔지.

햇살은 우리의 저만큼 위에 희미하게 떨어져 쌓이고

소월로 시비 아래 갈꽃이 사위기 전 당신은

저만큼의 거리 위에 뭉게뭉게 무너져 흩어지고

넓디넓은 세상에 나 혼자 남아

하늘과 땅의 거리만 늘리어가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