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직 당신의 두 눈은 묻지 아니하였습니다

 

솥발산 돌더미 사이에

눈 없는 당신을 묻고 돌아왔습니다

큰 싸움이 지나간 뒤 몇해 동안

사람들은 조금씩 우리를 잊어갔지만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어려웠고

얼마나 쉬임없이 싸웠으며

얼마나 이를 깨물고 참아왔던가를 생각하며

우리들은 저마다 제 설움에 울기도 하였습니다

거리로 쫓겨나 다시 그 학교로 되돌아가기 위해 싸웠고

비굴한 밥그릇을 거부하며 항거했고

그 싸움의 와중에서 병을 얻어

얼마나 고통스럽게 당신이 쓰러져갔는가를 생각하며

땅을 치고 발을 굴렀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직 당신의 두 눈은 묻지 아니하였습니다

당신이 뱃사람에게 주고 간 한 개의 눈은 아직 살아서

당신의 시심처럼 출렁이는 푸른 바다를

끝없이 바라볼 것입니다

봄이 오는 낙동강

도적의 무리들이 어두운 첫발을 디디는

저녁의 부둣가를 지켜볼 것입니다

이땅의 가난한 여인에게 준 다른 한 개의 눈은

아직도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착한 내 이웃들의 모습과

내 노동으로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마련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입김과 우리의 자식들이 자라서

입학하는 학교길을 따라가기도 할 것입니다

통일이 되는 날 당신 아버지의 고향에서

눈물로 북녘 산천을 적시기도 할 것입니다

돌아오면서 우리들은 우리도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보다 뒷날 우리가 죽음에 임하는 날까지

살아야 할 삶의 자세에 대해 걱정을 하였고

그날까지 흔들리지 말자고 손을 마주 쥐었습니다

우리도 당신처럼 몸과 마음 모두를 아낌없이

주고 가며 살자고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