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촌 가는 길

 

먼 곳을 가던 중이었는데요

느티나무 아래 개울물이 너무 맑아 잠시 걸음을 쉬었어요

개울가에 앉아 민물에 손 담그다 바라본 하늘엔

가을햇볕 타고 내리는 먼저 지는 잎 몇개가 있었어요

물 위를 가볍게 미끄러져 내려오다

잔물굽이 속에 묻혀 사라지곤 하는 나뭇잎을 보며

몸부림치며 가눌 수 없어하던 우리들의 슬픔

나중엔 세월의 어느 강가를 조용히 저 혼자 흘러가고 있을

그 슬픔에 대해 생각했어요

개울물이 만나는 강줄기 끝으로 새 한 마리

흘러오고 흘러가는 것들을 지키며 떠 있는데

깊어질수록 멀어지는 강을 따라 살아 있는 우리들은

마타리꽃 꺽어들고 얼마를 더 걸었어요

그는 제 몸에 불을 질러 제 목숨을 남김없이 태우고 갔어요

이 절망의 시대에 하느님 당신을 땅에 묻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는 소리를 죽은 이는 못 듣고

살아 있는 이들만 그의 죽음 곁에 서서 들었어요

오랫동안 우리들도 절망하여 지냈지만

떡갈잎 그늘에 몸을 쉬던 산골물이

떡갈잎 지고 나면 그 몸을 받아주듯

절망이 깊은 이들 조용히 받아 안고 함께 흐르다

제 슬픔 데리고 홀로 가게 놓아주는

그런 강물이 우리 곁에 있으면 하고 바랐어요

아직도 우리를 더 먼 곳까지 걸어가게 하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아픈 희망이기 때문이지요

목숨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